지금 AK87 카일 스피드 다크그레이로 이 글을 작성하고 있습니다.

 

더키 제로 3087을 구입할까 하다가 A/S도 걱정되고 가격도 얼마 차이 안나서 AK87 카일 스피드 다크그레이를 주문했습니다. 어제 도착해서 어제부터 오늘까지 좀 써봤습니다. 인터넷에서 카일 스피드 다크그레이축이 찌걱임이 심하다고 해서 AK87 박스 흑축으로 교환할까 생각했는데 써보니깐 생각했던 것처럼 못쓸 물건은 아니었습니다.

 

제품 박스는 약간 찌그러져서 왔습니다. 봉인실도 없어서 왠지 누가 반품한 제품이 나한테 온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아콘에서 새 제품에 봉인실을 붙이고 리퍼비시 제품을 더 싸게 파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주력 키보드로 쓰고 있는 바밀로 VA87M 체리 흑축은 찌걱임이 아예없지만 카일 스피드 다크그레이는 찌걱임이 있는 스위치가 많습니다. 다만 평소에 타자치는 방식대로 치면 찌걱임이 없습니다. 키를 꾹 누르면서 손가락으로 문지를 때만 찌걱임이 들립니다. 평소에 타자칠 때는 손가락으로 꾹꾹 누르면서 키를 문지르지 않으니 찌걱임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제가 받은 제품이 양품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카일 스피드 다크그레이를 써본 다른 사람들은 키를 누를 때 클릭음이나 찌걱임이 들린다고 하더군요. 그러므로 AK87을 사려면 카일 박스나 체리를 추천드립니다. 아콘 스토어에서 사용 후기를 보니깐 AK87 카일 스피드 다크그레이에 만족한 사람들이 몇 명 보이고 불만족한 사람들이 없으므로 양품을 얻을 가능성이 낮아 보이진 않지만 키보드를 다시 산다면 양품을 얻을 가능성이 더 높은 카일 박스축으로 살 것 같습니다. 카일 스피드 다크그레이의 키감은 괜찮습니다. 카일 스피드라서 좀 민감하긴 한데 키압이 55g라서 체리 적축 수준으로 민감한 것 같습니다. 오타는 별로 안 납니다. 카일 스피드 다크그레이는 체리 흑축보다는 치는 재미가 없지만 흑축보다 힘을 덜 들이고 더 빠르게 타자가 가능합니다.

 

다른 스테빌라이저들은 정숙한데 스페이스바 스테빌라이저만 철심 소리가 심해서 슈퍼 루브로 떡칠을 해주니 스페이스바의 소리가 정숙해졌습니다.

 

하우징 재질은 마찰력이 높은 ABS이고 바밀로 VA87M 하우징처럼 고급지고 마찰력이 낮지는 않습니다.

 

사람들이 AK87의 로우 프로파일 키캡이 나쁘다고 해서 많이 걱정했습니다. 자세히 보니깐 몇몇 키캡의 인쇄가 미세하게 번져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자세히 안 보면 괜찮습니다. 키캡 마감도 바밀로 VA87M에 비해서는 좀 떨어집니다만 쓰는 데에 별 지장은 없습니다. 로우 프로파일 키캡이 낮아서 키보드 맨 밑에 있는 스페이스바나 Ctrl키를 누를 때 하우징에 손가락이 닿아서 불편할 수 있는데 하우징 뒤쪽에 있는 높이 조절 다리를 내려서 하우징 뒤쪽을 높이고 하우징 앞쪽에 팜레스트를 붙이면 키보드 맨 밑에 있는 키들을 누를 때 손가락이 하우징에 닿는 현상은 거의 없어집니다. 로우 프로파일 키캡의 키감이 안 좋다고 해서 걱정했는데 실제로 써보니깐 키캡이 낮아서 손가락이 하우징에 닿는 문제만 해결하면 로우 프로파일 키캡은 쓸만합니다. 그래서 로우 프로파일 키캡은 비키 타입 하우징에 더 잘 맞을 것 같습니다.

 

LED는 솔직히 별론데 없는 것 보다는 낫습니다. 저는 LED는 없다고 생각하고 쓰고 있습니다.

 

AK87은 다음과 같은 조정을 거치면 더 나은 제품이 될 것 같습니다.

 

1. 어설픈 LED는 없애서 원가를 절감하고 대신 키캡 품질을 개선한다.
2. 로우 프로파일 키캡을 OEM 키캡이나 체리 프로파일 키캡으로 바꾸거나 하우징을 바밀로 VA87M 하우징 같은 세미 비키 하우징으로 바꾼다. 로우 프로파일 키캡과 논비키 하우징이 합쳐지면 키보드 맨 밑에 있는 스페이스바나 Ctrl키를 누를 때 손가락이 하우징에 닿아서 불편하다. 물론 높이 조절 다리를 내려서 하우징 뒷부분을 높이고 하우징 앞쪽에 팜레스트를 붙이면 손가락이 하우징에 닿는 문제는 해결되지만 손가락이 하우징에 닿는 불편함 때문에 키캡을 바꾸는 사람들이 많을 듯. 키캡 비용이 추가되면 가성비가 낮아진다. 로우 프로파일 키캡 자체는 나쁘지 않다.
3. 카일 스피드 다크그레이는 계속 팔려면 설계를 개선해서 찌걱임을 없애는 것이 좋을 듯.
4. 제품 박스에 봉인실을 붙여서 새제품이 나에게 왔다는 확신을 들게 해야할 듯.

 

최종 평가 // AK87은 보조용 키보드나 비상용 키보드로써 사놓기에는 나쁘지 않지만 위의 문제점들 때문에 가성비는 바밀로 VA87M이나 Ducky One TKL이 약간 더 나은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