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개의 키보드만 고집한다는 것... (가입인사 드립니다.)

by 치비라부 posted Oct 21,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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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Ibm Model M 만 28년째 써오고 있는 치비라부라고 합니다.

1988년부터 써오고 있으니.. 실질적으로 회수로는 29년째인것 같네요...

사실.. 기계식 키보드 매니아나 뭐 이런건 아닙니다...

처음 만져본 키보드가 손에 익어서일까 다른 키보드들이 너무 낯설어

떠날 수 없어.. 써오다가.... 몇년전에야 제가 사용하던 키보드가

Model M 이란 녀석이란걸 다른 키보드 동네를 통해서 알게 되었죠...

세월이 세월인지라.. 케이블 문제로 인해 폐기 처분을 해야하나 고민을 

하던 찰나에... 여러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이곳 키보드 랩을 알게되어

그저께 가입을 하고 오늘 첫글로 공장장님께.. a/s 문의 글을 남기고

이렇게 가입인사를 적습니다...


국딩시절부터 써온 키보드인지라. 손떼가... 참 많이 뭍어 있는 녀석니다.

중딩 고딩 대딩을 거쳐 해외 유학을 가고.. 머지않아 불혹의 나이가 되는데...

제 손에 들어온 날로부터 어디를 가던 항상. 함께 다녔던 녀석...

다른 모든 짐은.. 화물로 택배로 보낼지언정 키보드 만큼은 항상 가방에 넣어

손수 들고 다닐 정도로 애지중지 했던 녀석이죠...


약 10년정도 전에 제가 키보드 청소하고 관리해서 사용하는걸..

신기하게 생각한 친구녀석이 제가 키보드 청소 관리하는걸 사진찍어서..

당시 유행하던 싸이월드에 올려 키보드를 청소까지 해가면서

사용하는 이상한 녀석? 이라는 제목으로 싸이월드 메인에도 올라가기도

했었드랬는데.. 그 외에도 참 수많은 추억이 서려 있는 물건입니다...


불과 몇일전까지만 정상작동을 했던 녀석인데.. 세월의 흐름을 못이겨

굳고 갈라져 부스스 떨어지는 케이블 피복 사이사이로 드러난 전선들...

그게 맘에 걸려 우연찮게 지인을 통해 얻은 케이블이 멀쩡하지만 보드쪽에

문제가 있는.. 다른 model m의 케이블 이식 작업을 혼자서 해보다가...

결국 안되서... 4일정도 다른 키보드를 사용하고 있는데... 


일할맛도... 노는 맛도 없네요... 

아니 왠지 모르게 요 몇일 제 삶이 좀 무기력해진것 같은 느낌마져 드는군요..


몇년전인지 기억도 가물가물한데... numlock, scroll lock, caps lock 불빛 3개가

흐릿해져 가는것을 보며. 


아~ 내가 나이를 먹듯 너도 이제 수명을 다해가는구나.

얼마나 더 함께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다른 모델들도 몇게 접해보기도 했습니다.

사실 어릴적에 알프스, 세진등 몇가지 다른 기계식 키보드들도 만져는 봤습니다만.

일주일은 커녕.. 2~3일 지나면 다시금 스프링 소리가 팅팅 울리는

정겨운 Model M 으로 회기를 했던지라... 별 기대는 하지 않았었고..


실질적으로 filco, 리얼포스등 여러가지 제품들과 청축, 갈축, 적축등

여러가지 모델들도 만져보고.. led의 화려함에 놀라기도 하고 했지만..

이내 다시금 model m으로 돌아왔드랬지요...


그래서 model m 신품을 사는걸 몇넌전 알아봤는데 

회사가 없어져서 출시가 안되어 중고 밖에 없다는 말에 좌절하기도 했고..

실질적으로 다른분이 사용하는 model m도 잠시 만져봤지만..


왠지모를 이질감에 결국 제 model m만을 고집하게 되었고.

그게 어느덧 28년이란 시간이 흘렀습니다...


메카트로닉스 전공인지라... 기계설계 및 제어가 주특기다보니..

설계업무와 프로그래밍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그 어떤 키보드도 model m 만큼의 퍼포먼스가 나지 않더군요...


설계야 어차피 단축키 위주로 사용하다보니 아무키보드나 가져와도

그냥저냥 쓸만한데.. 프로그래밍만은 달랐습니다...

그래서 일부러 일의 일부를 집에가서 해오기도 할정도였고...

회사에서 주변사람들의 양해속에... 전선 피복에 문제가 있기전에는...

키보드를 가지고 출퇴근을 했었드랬습니다...


아마 그런 과정에서 전선 피복에 많은 damage가 왔던것 같습니다...

지금은 조금 후회스럽네요.. 너무 억척같은 저의 고집이...

이녀석에게 많은 프레셔를 준것 같아서 말이죠...


부품용으로 지인이 구해다준 고장난 model m이 연식은 다르지만..

그녀석도 수리가 가능하면. 회사와 집에서 각각 사용해볼까 합니다.


공장장님을 만나.. 이녀석이 다시금 건강을 회복하여..

저와 더욱더 오랫동안 함께 하길 바라 마지 않습니다만.

아마도 부품용으로 받은 녀석은 보드쪽에 문제가 있는듯 하여

회생이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다행히 이곳이 아닌 다른곳을 통해 유니콤프라는 회사가

model m과 같은 버클링 키보드를.. 제작 하고 있다고 하여

수리가 불가하다면. 유니콤프 제품을 하나 사서. 회사에서

사용해볼까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제 전공이 기계공학이고. 제 직업이 설계와 프로그래밍 업무를 하는

공돌이라서.. 이런 고집을 부리는건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처음에는 시끄럽다고.. 징징거리던 와이프도...

이제는 그 소리가 들리지 않으니. 오히려 제가 집에 없는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는 우스개 소리도 하는군요....


회사에서도... 팅팅거리던 그 특유의 타이핑음이 들리지 않으니...

다들 제가 휴가를 갔거나 아파서 휴직계를 낸거 아니냐는 말을 하기도 하고 말이죠...


2개의 키보드가 둘다 새 생명을 얻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만약.. 둘다 새 생명을 얻지 못한다면... model m 에 애착을 가지고 

사용하는 분들을 위한 부품용으로 기증을 할 생각입니다....


문제가 있고 나서야 제 키보드에 소중함을 깨닫고 그에 대한 공부를 시작하면서

알게되었는데 연식에 따라 타입과 구조가 다르고.. 

사용된 스프링도 달라서 키감이 다르다 등 여러가지 정보들이 있네요...

제가 너무 무지하게 막 굴려서 사용만 했던것 같네요... 


첫 문단에도 적었듯이 전 기계식 매니아는 아닙니다..

제 모든 관심이 오로지 model m에 국한되어 있기에

model m이 지금 issue가 되고 유행하는 그럼 제품도 아니기 때문에

이곳에서의 활동이 활발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늦게나마 제가 아끼고 사랑하는 키보드에 대해 공부한다는 생각으로

이곳에서의 많은분들과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하고 싶네요... 


허전한 맘에 별 내용도 아닌데 주저리 주저리 쓴...  

가입인사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곳에 오시는 모든 분께서.. 자신의 키보드로 인해 행복하시길 기원드립니다.